"이젠 나도 유튜버!“ 중증장애인의 유튜브 도전기 > 복지뉴스

복지뉴스
이전 목록 다음

"이젠 나도 유튜버!“ 중증장애인의 유튜브 도전기

작성자 : 관리자 (39.119.57.***)

조회 : 767 / 등록일 : 20-10-08 09:37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중증장애인 유튜버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바야흐로 개인방송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유튜브’는 가장 친숙한 매체가 되었고, 장애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유튜버를 꿈꿔보지만 영상 제작이라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다. 게다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교육과정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터. 유튜버를 꿈꾸는 중증장애인들에게도 가뭄에 단비같은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2일 여의도 이룸센터 교육실에는 핸드폰을 들고 열중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로이사랑나눔회에서 주관하는 ‘나도 크리에이터’ 수업이었다. 그동안 ‘시청’에 만족해야했던 장애인들이 손쉽게 유튜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영상 촬영부터 편집, 콘텐츠 개발, 홍보 마케팅까지 모두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다.

'나도 크리에이터' 수업이 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장애인재단(이하 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있었다. 재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를 선정해 최대 3년까지 사업 예산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그램 주제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연계 △인식개선 및 인권보호 △장애청년 등으로 이번 '나도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또한 지난해 선정되어 올해 5월부터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수업 현장에 방문해보니 금발색 머리를 한 교육생이 눈에 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댄스스포츠를 모두 아우르는 휠체어 무용수 최종철 선수였다. 장애인 인식개선강사로도 활동 중인 최 선수는 5년 전 혼자 어렵게 공연 영상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 개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유튜브를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Q. 유튜브 영상 제작을 배워보니까 어떠세요?

사실 공연 영상들은 저작권 때문에 전체 영상을 올리기가 쉽지않아요. 그래서 편집을 해야되는데 이게 정말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내내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면서 장면마다 자르고 꾸미고... 예전에는 혼자서 인터넷보고 하느라 엄청 버벅거렸는데 이제는 제대로 편집 기능을 배웠으니 실전에 한 번 적용해보려구요.

무엇보다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핸드폰 하나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알려주시니까 유익해요. 요즘 ASMR이라고 해서 비싼 장비들도 필요할 것 같은데,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팁도 알려주시구요.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어요.(웃음) 주제에 따라서도 강사님이 다양하셔서 수업마다 특색이 있어요. 전반적인 분위기도 유쾌하고 좋습니다.

Q. 유튜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요. 보통은 공통의 관심사가 아니면 대화를 잘 안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내가 잘하는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을 유튜브로 표현하게 되면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보게 되니까 소통이 되어서 좋구요. 단순히 수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싸이월드가 유명했다면 요즘에는 유튜브 브이로그 방식으로 나의 생활을 기록하고 추억으로 남길 수 있으니 좋아요.

오늘 수업은 영상 속의 젊은 청년을 사라지게 하는 편집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종구 강사가 젊은 청년을 없애보겠다고 하니 ”아유~ 청년은 불쌍한데 없애지말지~“하며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작은 핸드폰 화면 속에 빠져 모두 허우적댈 때 맨 앞자리에 앉아 분주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우등생이 보였다. 이 세상에 소외된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치유와 위로를 전하는 임현주 작가였다.   

Q.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이 곳에서 뵙네요. 엄청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온 것은 아니구요.(웃음)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다보니 심심해서 나왔는데 재밌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박곰희 강사님의 ‘콘텐츠 개발 교육’ 수업이 가장 좋았어요. 사실 저는 저를 보여주는 것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시작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무조건 홍보해야한다“는 식의 압박을 주시지도 않고, 진실된 것만 전한다는 마인드를 가르쳐주셔서 많은 동기부여가 됐어요. 오늘 수업해주신 이종구 강사님도 워낙 박학다식하고 재밌게 알려주시는 분이라 많이 배우고 가네요.

Q.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으세요?

저는 제 삶과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최근에는 양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다 어려움을 겪잖아요.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버림받은 양’이라는 작품을 그리게 됐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사회, 성공지향적인 것들에 제가 못 따라가서 그런지 저는 뒤처지는, 버려지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거든요. 다들 경쟁, 경쟁하는데 저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구요. 같이 가도 충분히 행복하거든요.

최근에는 연필 깎는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는데도 주변에서 감동적이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때 "진심은 통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저는 제 작품을 통해 함께 삶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영상을 만드는 저도,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자기 자신을 찾고 치유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수업 막바지에 이르러 '로이사랑나눔회 나도 크리에이터교육' 자막을 영상에 달아보는 연습을 해본다. 이렇게 예쁜 글씨체가 많은지 몰랐다는 반응들이다. 이것저것 눌러보지만 야속한 글씨체는 안 바뀌고 덩달아 강사의 마음도 초조하다. 우왕좌왕하는 수강생들을 살피며 정신없는 분위기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이종구 강사를 만나봤다.

이종구 강사는 현재 SNS소통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며 11년을 미디어 콘텐츠 강의에 전념해왔다. 장애인ㆍ노인복지관에서는 원래 스마트폰 교육이 인기가 많았지만, 작년부터는 유튜브 콘텐츠 교육 요청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오랜시간 '소통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장애인과 함께 한 수업에서 느끼는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이종구 소장은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을 진행할 때 가끔씩 수업 중에 돌발행동을 할 경우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또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손, 발 사용이 어려울 뿐이지 젊으신 분들은 수업 이해도가 정말 빠르거든요. 정작 연세가 있으신 활동지원사분들이 이해를 못하고 못 따라오시니까 옆에서 많이 답답해하세요. 그런 경우가 많이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중증장애인 유튜버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아주 높게 점쳤다. 그는 ”제가 이 교육을 시작하면서 놀란 점이 생각보다 우리나라 장애인 수가 정말 많다는 점이었어요. 260만명의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정말 많은 숫자에요. 그런데 장애인의 삶에 대한 콘텐츠 혹은 ‘장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콘텐츠는 너무 부족하죠. 당장 내일이라도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는데 너무 막막하지않을까요. 진정성 있게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콘텐츠로 제작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거에요. 덩달아 장애인 인식개선도 되고 나아가 수익창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까지 남아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살갑게 챙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로이사랑나눔회의 안성빈 대표다. 정감가는 목소리의 그는 이번 프로그램 구상부터 강사 섭외까지 모든 걸 기획한 장본인이었다.

Q. 이번 프로그램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사실은 제가 배우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어요.(웃음) 저 또한 중증장애인이라 주위에 물어보니 다들 유튜브에 관심이 많고 영상 제작에 대한 욕구도 있더라구요. 다만 스스로 배우기는 어렵고 이동이 불편하다보니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거죠. 프로그램 구상 계획한 후에 바로 일반인이 참여하는 유튜버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어요. '나도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것이고, 매주 강의 장소로 직접 와야하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갖춘 장소를 섭외하느라 고생도 좀 했죠. 강사분들도 제가 수소문해서 직접 섭외했어요.

Q. 수강생분들의 열의가 대단하시던데요.

맞아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3번을 쉬어야했는데 그렇다보니 출석률이 많이 떨어졌네요. 나이대가 다양한데 다들 배움에 열의가 있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계세요. 작가, 영어강사, 피아노연주자, 공예가 등 직업군이 다양해서 다들 하고 싶은 소재는 넘쳐나는데 방법을 몰라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많이 좋아하세요.

또 장비에 대한 부분을 염려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저희는 핸드폰 하나로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짰어요. 언제 어디서든 바로 촬영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편집해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모바일 편집 어플을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다들 어려워해서 핸드폰 어플로 바꿨더니 쉽게 잘 따라오시고 호응도 더 좋더라구요.

Q. 이번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요?

저희는 속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천천히 느리게 가자“라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서툴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내 계정에 올릴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가는 것이 목표에요. 물론 유튜버로서 수익창출도 하고 고정적인 직업까지 생긴다면 참 좋겠지만 유튜브 시장이 워낙 빡빡하잖아요. 영상에 광고가 붙는 것이 1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하더라구요. 당장의 수익적인 부분보다는 장애인이 유튜버로 성장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만족감, 자아실현에 목표를 두고 있어요. 무엇보다 편집 기술을 배워놓으면 나중에 편집일을 하면서 수고비를 받을 수도 있고, 광고가 안 붙더라도 누군가 내 영상을 좋게 보고 함께 협업을 제안할 수도 있구요. 활용가능한 방안은 많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수강생분들에게 응원의 말 부탁드려요.

5월부터 10월까지 장기간의 여정 함께 따라와주신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려요. 자신이 생각했던 목표대로 이미 한 번씩 영상 다 올려보셨으니 이젠 크리에이터가 되신겁니다. 벌써 개인 계정에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좋아하는 것들, 알리고 싶은 것들 마음껏 표현하면서 크리에이터로서 정진해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한편 ‘나도 크리에이터’ 교육은 11월까지 진행된다. 교육 과정 중 실제 제작한 영상으로 동영상 공모전에 참여하며, 교육과정을 마치면 평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본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장애인재단은 ”자라나는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발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목록

복지뉴스 목록

복지뉴스 목록 – 번호, 제목, 조회, 날짜로 구성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9 관리자 366 21-02-05
68 관리자 423 21-02-05
67 관리자 556 20-11-12
66 관리자 512 20-10-21
65 관리자 637 20-10-19
64 관리자 581 20-10-16
63 관리자 481 20-10-16
62 관리자 1024 20-10-14
61 관리자 513 20-10-12
60 관리자 578 20-10-08
열람중 관리자 768 20-10-08
58 관리자 602 20-10-08
57 관리자 536 20-10-07
56 관리자 559 20-10-07
55 관리자 783 20-10-07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